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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칼럼(이윤성) - 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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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리안저널 댓글 0건 조회 361회 작성일 19-03-29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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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클리(Buckley)가 어저께 오후부터 토하기 시작했어요…” Mr. R은 검사실 바닥에 힘없이 누워있는 버클리를 쓰다듬었습니다. “버클리가 어저께 아침 일찍 옆집 마당에 가서 놀았었는데… 그리고 나서부터 아파진 것 같아요…” 
버클리는 라브라도어 리트리버(Labrador Retriever) 종으로 70 파운드 정도되는 아주 귀여운 개였습니다. 
“버클리가 어제 이후론 밥도 안 먹고… 저렇게 누어있기만 해요…” Mr. R은 버클리를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버클리는 잠깐 일어났다가 곧 다시 주저 앉곤 했습니다. 
버클리는 몸을 추스리기 힘들어 할 정도로 약해져 있었습니다. 이틀 정도 토했다고 버클리가 그렇게 까지 허약해진 것은 정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많이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자세하게 버클리의 신체검사를 했지만 버클리가 복강 촉진시 약간 불편해 했던 것 외에는 별다른 점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Mr. R과 버클리의 상태에 대해 상의를 한 후 버클리가 갑자기 토하기 시작하고 쇠약해진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혈액 검사와 방사선 검사를 했습니다.  
방사선 검사에선 소장(Small Intestine)의 몇 군데가 염증으로 팽창되어 있는 것과 위(Stomach)에 염증이 있는 게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물질(Foreign Objects)이나 장이 막힌 현상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혈액 검사 결과는 많이 나빴습니다. 췌장염(Pancreatitis)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지만 혈액응고에 필요한 혈소판(Platelet)의 수치는 매우 낮아져 있어서 정상의 15%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빈혈은 없었습니다. 혈소판의 수치를 확인하기 위해 혈소판을 현미경을 통해 직접 세어보았지만 그 수치는 여전히 매우 낮았습니다. 그 외에 또 비정상적이었던 것은 간 기능을 나타내는 수치였습니다. 심한 위장염이 있을 때 간 기능 수치가 약간 높아지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버클리의 경우엔 간 기능 수치가 정상보다 7 배나 높아져 있었습니다.    
혈소판 수치가 이렇게 낮아져 있을 땐 여러가지 질병들이 그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중에 진드기(Tick)를 통해 옮기는 질병과 면역기능 이상으로 인해 혈소판이 파괴되어 혈소판의 수치가 낮아지는 경우가 가장 흔한 원인들인데 버클리의 경우 진드기를 통해 옮기는 질병들에 대한 검사는 음성이었습니다. 
간 기능 수치가 정상보다 3-5 배 이상 높아져 있을 때는 간 자체에 문제가 생겨서 수치가 높아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급성으로 간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심한 독성 반응이나 간의 파열, 감염  또는 심한 염증 반응을 의심합니다. 
버클리의 혈소판이 낮아져있는 이유는 면역 매개 혈소판 감소증(Immune Mediated Thrombocytopenia)  때문일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대개의 경우에 있어 선천적인 면역 매개 혈소판 감소증은 출혈등의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은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다가 심해지면 피부에 있는 모세혈관이 파열되어 피부에 빨간 반점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버클리에겐 그런 증상들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버클리의 현재의 상태는 면역 매개 혈소판 감소증 때문이 아닌 다른 문제 때문에 생긴 것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습니다.    
간 기능 수치가 매우 높아진 것은 독성 반응 때문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습니다. 그 전 날 아침 옆 집 마당에서 놀고난 후 부터 갑자기 아파진 것으로 보아 그 옆 집 마당에 있던 어떤 물질을 먹어서 그로인해 독성 반응이 생겼을 가능성이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Mr. R에게 검사 결과들을 알려준 후 버클리를 24 시간 운영하는 수의 응급실에 데려가서 치료를 받게 할 것을 권했습니다. 하지만 Mr. R은 일단 증상치료를 받게한 후 그 상황에 따라 응급실로 데려가기를 원했습니다. 
그 날, 버클리는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입원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날 늦은 오후에 퇴원을 했는데 퇴원을 할 때 쯤엔 버클리가 좀 더 활발해져서 꼬리를 흔들며 병원 문을 나섰습니다. 버클리를 집으로 보내며 Mr. R에게는 만약 버클리가 계속해서 구토를 하면 밤 중에라도 응급실에 데려갈 것을 권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이 되었습니다. Mrs. R이 버클리를 병원에 입원시키기 위해 데려왔는데 버클리의 상태는 그 전 날 보다 나빠져 있었습니다. 배가 불러 있었고 황달(Jaundice)이 생겨 있었으며 훨씬 더 허약해져 있었습니다. 일단 치료를 시작한 후 혈액 검사를 다시 했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염려했던 대로 매우 나빴습니다.  간 기능 수치가 그 전날 보다도 더 높아져 있었으며 그 전날엔 정상이었던 담즙(Total Bilirubin) 수치가 정상보다도 8 배나 높아져 있었습니다. 복강 초음파 검사를 해 보니 뱃 속엔 물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 모두가 간이 심하게 망가지면서 생긴 현상들이었습니다. 이렇듯 급성으로 간에 심한 상해를 입힐 수 있는 것으로는 세이고 팜(Sago Palm)이 있습니다. 
마침  Mrs. R이 아침에 버클리를 데려다 놓으면서 그 전 날 버클리가 토한 거라며 가져온 물질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혹시 세이고 팜이 아닌가 해서 그 토한 물질들들 살펴 보았는데 그 물질들은  단단하고 얇은 작은 조각들로 견과류의 껍질 같아 보이는 것들이었습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그 껍질들은 세이고 팜 견과류의 껍질이었습니다. 
세이고 팜에는 사이카신(Cycasin)이라는 독성이 매우 강한 물질이 들어있는데 사이카신은 세이고 팜의 씨(Seeds) 들이나 견과류(Nuts)들에 가장 많이 들어 있습니다. 만약 동물들이 세이고 팜을 먹게 되면 수 분에서 수 시간 내에 심한 위장 질환을 보이기 시작하고 허약증이나 간질증등의 증상도 보이게 되며  하루나 이틀이 지나면 급성으로 간에 괴사(Necrosis)가 생겨 복수가 차게 되고 황달이 생기게 됩니다. 세이고 팜을 먹었다는 것을 알자마자 모두 토해내게하고 장세척을 해 준 후 적극적인 치료를 장기적으로 해주지 않는 한 살아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  살아난다 해도 일단 망가진 간은 회생이 되지 않기 때문에 만성 간부전(Liver Failure) 때문에 지속적인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Mrs. R에게 연락을 해서 버클리가 세이고 팜을 먹어 그 독성 때문에 심한 간부전(Liver Failure)이  생긴 것 같다는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치료하고 있기는 하지만 버클리가 좋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설명도 해 주었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Mrs. R 부부는 버클리의 안락사를 결정했습니다. 치료의 가망이 없는상황에서 버클리의 상태는 점점 더 빠르게 나빠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전화를 받고나서 옆 집 마당에 가보니 세이고 팜이 있더군요… 그리고 그 주위엔 세이고 팜 씨들이 많이 널려 있었구요…” 버클리를 안락사 시키기 위해 병원에 온 Mr. R 부부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 하지 못했습니다. “3일 전 만 해도 에너지가 차고 넘쳤던 버클리가 세이고 팜 때문에 이렇게… 허무하게 가게 되다니…”   
참으로 우울했던 날이었습니다. 
 
 

- 싱코동물병원 원장 이윤성 (281)395-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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